기술보증기금, 우리 업종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도매업체가 등록 특허 하나로 기술보증기금 1억 원 보증을 받았다. 직접 컨설팅한 사례로 업종보다 기술 입증이 중요한 이유, 출원과 등록의 차이, 신보 잔액 차감 계산까지 정리했다.

기술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얘기를 꺼내면 사장님들 반응이 비슷합니다. “우리는 기술기업이 아니잖아요” 제조업 공장이 있어야 하고, 연구소가 있어야 하고, IT회사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알아보지도 않고 접습니다. 신용보증기금 한도는 이미 다 썼고, 은행 추가 대출은 어렵고, 그런데 기술보증기금은 남의 얘기 같고.

이 순서로 자금 조달을 포기하는 회사를 여러 번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기술보증기금이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을 심사해서 보증서를 발급하는 정책금융기관입니다.

기업이 이 보증서를 은행에 내면 은행이 그걸 근거로 대출을 실행합니다. 부동산 담보 대신 보증서가 담보 역할을 하는 구조입니다.

심사 대상이 기술이니 기술이 없으면 어렵습니다.

여기까지는 맞는데,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기술은 제조업이나 IT 업종에나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기술보증기금이 보는 건 업종 코드가 아니라 입증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느냐입니다.

도매업체가 특허 하나로 1억원을 받은 과정

지방의 도매·유통업체 였습니다. 운영자금이 빠듯해진 상황이었고, 은행에서 추가로 받을 여력은 부족했어요. 담보로 잡을 부동산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업종만 보면 기술보증기금과 거리가 먼 회사였습니다. 대표 본인도 기보라는 기관이 자기 회사와 상관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상담 중에 한 가지가 나왔는데 대표가 자기 회사 취급 품목과 관련된 조리기구 특허를 등록해 둔 상태였습니다. 사업하면서 떠올린 개선 아이디어를 특허로 만들어 둔 거죠.

이 특허를 근거로 기술보증기금에 보증을 신청했어요. 기술평가를 거쳐서 1억원 승인이 났습니다. 도매업이 라는 업종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평가에서 인정받은 건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출원이 아니라 등록된 특허였습니다.

이 차이가 큽니다. 출원은 특허청에 서류를 접수한 상태이고 등록은 특허청 심사를 통과해서 권리가 확정된 상태입니다.

출원만으로 보증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등록 특허는 특허청이라는 제3자가 검증을 마친 기술이라는 근거가 됩니다. 평가역 입장에서는 판단 부담이 줄어드는 자료라는거죠.

둘째, 특허가 사업과 연결됐습니다.

서랍에만 있는 특허가 아니라 회사가 실제로 취급하는 품목에 붙는 특허라서 ‘이 기술이 어떻게 매출로 이어지는가’ 를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유통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라 대표가 그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기술사업계획서에 그 내용이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기술평가는 기술의 우수성만 보지 않아요. 사업화 가능성을 같이 봅니다.

아무리 좋은 특허라도 회사 매출과 연결 고리를 설명하지 못하면 등급이 안 나옵니다.

이 사례에서 하나 더 볼게 있는데, 특허가 이미 있는데 자금 조달에 못 쓰고 있는 회사가 생각보다 많아요. 특허는 등록만 해두면 알아서 돈이 되는 자산이 아닙니다.

기보 보증이든 다른 방식이든, 금융과 연결해야 자산 역할을 합니다. 특허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은 기술보증기금 보증 말고도 있어요. 특허 자체의 가치를 평가해서 담보로 잡는 방식입니다.

구조와 조건이 다르니 특허 담보대출, 부동산 없이 특허로 자금조달하는 방법에서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간단히 구분하면 특허 담보대출은 특허라는 자산의 가치평가가 중심이고, 기보 보증은 특허를 포함한 회사 전체의 기술사업 역량 평가가 중심입니다.

기보 심사역이 중요하게 보는 것

기술보증기금 심사의 중심은 기술평가입니다. 평가역이 회사가 가진 기술을 보고 등급을 매깁니다. 이 등급이 보증 가능 여부와 한도, 조건에 영향을 줍니다.

평가에서 보는 건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첫째는 기술 자체입니다. 다른 회사와 무엇이 다른지, 그 차이를 특허나 인증, 수상 이력 같은 근거로 보여줄 수 있는지를 봅니다.

둘째는 시장입니다. 그 기술로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 줄 시장이 실제로 있는지, 그 시장에서 이 회사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를 봅니다.

셋째는 사람입니다. 대표와 회사가 이 기술을 사업으로 끌고 갈 역량이 있는지, 대표의 관련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봅니다. 기술이 좋아도 매출로 이어질 그림을 설명하지 못하면 평가에서 힘을 못 씁니다.

한도와 비용은 어떻게 정해질까?

한도에서 오해가 잦은 부분 중 하나가 기술평가 등급이 높으면 매출과 무관하게 큰 돈이 나온다고 생각하는거예요.

창업 초기는 매출이 거의 없어도 기술평가로 한도가 배정되지만, 업력이 쌓인 회사는 매출 실적이 한도 산정에 반영됩니다. 매출 10억원대 회사가 등록 특허 하나로 갑자기 10억원 보증을 받는 건 현실에는 없어요.

위 사례의 승인 금액 1억원도 회사 매출 규모와 특허의 평가 결과가 함께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비용에서 오해가 잦은 부분 하나 더. 기술보증기금은 대출 금리를 정하지 않아요. 기보에 내는 돈은 보증료입니다. 보증금액에 보증료율을 곱한 금액을 매년 냅니다.

기술보증기금 보증구조

금리는 보증서를 받아서 대출을 실행하는 은행이 자기 기준으로 정합니다. 그래서 같은 보증서라도 어느 은행에서 실행하느냐에 따라 금리가 달라질 수 있어요.

판단은 보증료와 은행 이자를 합친 총비용으로 해야 됩니다. 참고로 창업 후 7년 이내 기업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과 연계한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증서가 나왔는데 100%가 아니라는 점도 미리 알아야 됩니다. 통상 85% 부분보증이 기본이라, 나머지 부분은 은행이 자체 신용으로 판단합니다. 이 구조가 대출 조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부분보증 보증비율, 보증서 받아도 100%가 안 되는 이유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신보를 이미 쓰고 있다면?

이 글을 읽는 분 상당수는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이미 쓰고 있을 거예요. 신보 한도가 다 차서 기술보증기금을 알아보는 경우가 실제로 제일 많아요. 여기서 정확히 알아야 될게 있습니다.

신보와 기보의 중복보증은 법으로 금지된 건 아닙니다. 다만 두 기관이 2005년 업무협약 이후 신규 보증에서 중복 거래를 억제하고 있어서, 실무상으로는 한 기관을 선택해서 거래하는 구조입니다.

더 중요한 건 한도계산입니다. 양쪽에서 보증을 받는다고 기업당 보증한도가 늘어나지 않아요. 신보 보증이 있는 기업에 기보가 보증을 취급하면 신보 보증잔액을 차감하고 산정합니다.

그러니까 “신보에서 3억 받았으니 기보에서 또 3억 받으면 6억” 이라는 계산은 안됩니다. 신보 잔액이 매출 대비 이미 큰 회사라면 기보로 가도 추가 한도가 거의 안 나올 수 있습니다.

보증기관을 아예 옮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업이 요청하면 두 기관이 대체보증서를 발급해서 보증 이동을 지원합니다. 다만 일부 상품은 이동이 안 되고, 이 경우 기존 보증을 정리해야 새 보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신보 잔액, 매출 규모, 기술평가 예상 결과를 놓고 회사별로 계산해 봐야 답이 나옵니다. 신보 한도가 막힌 상황 자체에 대한 대응은 신용보증 한도 초과, 대출이 완전히 막혔을 때 어떻게 되나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업종이 아니라 두 가지 판단이 중요

정리하면 도매업, 유통업, 음식점업 이라는 업종 자체는 기술보증기금 탈락 사유가 아니예요. 실제로 결과를 정하는 건 두 가지 판단입니다.

첫째, 가진 특허나 기술이 기술평가에서 인정받을 수준인가.

등록특허인지 출원 상태인지, 그 특허가 회사 매출과 연결되는지, 이걸 기술사업계획서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둘째, 기존 신보 잔액과 매출 규모를 놓고 봤을 때 실제로 추가 한도가 나오는 구조인가. 특허가 아무리 좋아도 차감하고 나면 실익이 없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생각보다 큰 한도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특허가 없는 사업주분들!

사업하다 보면 제품이나 방식에 대한 개선 아이디어가 생깁니다. 대부분 그냥 쓰고 특허로 만들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특허로 등록해 두면 사업 보호 수단이면서 동시에 자금 조달 자산이 됩니다.

위 사례의 대표님도 자금 목적으로 특허를 낸 게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특허가 담보 없는 1억 원을 만들었습니다.

반대로 자금 조달만 노리고 사업과 상관없는 특허를 급하게 만드는 건 조심해야 됩니다. 기술평가는 특허와 매출의 연결을 보기 때문에, 사업과 겉도는 특허는 등록돼 있어도 평가에서 힘이 없어요.

순서는 사업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먼저고, 특허와 자금은 그 다음입니다.

이 두 가지 판단은 일반 규칙만으로는 답이 안 나옵니다. 회사의 특허 상태, 매출, 기존 보증 잔액을 같이 놓고 봐야 됩니다.

위 사례의 회사도 상담 전에는 기술보증기금이 자기 회사와 상관있는 기관인지조차 몰랐습니다. 갖고 있던 특허가 1억원 자금이 될 거라는 생각도 못했어요.

우리 회사가 해당되는지 애매하다면 진행 전에 무료 진단으로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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