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등급, A은행은 거절 B은행은 본사에서 탈락

기업 신용등급은 은행 내부등급, 신용평가사 외부등급, 보증기관 등급으로 나뉩니다. 대출에 실제로 쓰이는 등급, 은행마다 갈리는 이유, 지점과 본사 심사 차이까지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기업 신용등급

같은 회사가 같은 재무제표를 들고, 같은 시기에 두 은행에 대출을 요청했다. 그런데 A은행에서는 접수 자체가 안됐다. B은행에서는 지점 담당자가 “될 것 같다” 라고 했는데, 본사 심사에서 막혔다.

회사는 그대로인데 결과가 왜 이렇게 갈릴까?

기업 신용등급이 은행마다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 대출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회사의 절대적인 실력보다, 그 은행이 내 회사를 몇 등급으로 보느냐에 더 크게 죄우된다.

같은 재무제표인데 은행마다 등급이 갈리는 이유

은행 내부등급은 크게 두 가지로 만들어진다. 하나는 재무 평가, 하나는 비재무 평가이다.

재무 평가는 매출, 영업이익, 부채비율, 유동비율 같은 숫자를 본다. 여기까지는 은행마다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문제는 은행마다 이 숫자에 매기는 가중치가 다르다는데 있다.

어떤 은행은 부채비율을 중요하게 본다. 어떤 은행은 최근 3년 이익 흐름을 더 본다.

업종을 보는 눈도 다르다. 같은 제조업이라도 A은행은 그 업종을 경기 민감 업종으로 분류해 점수를 깎고, B은행은 그렇게까지 안 볼수도 있다.

재무제표를 은행이 실제로 어떻게 읽는지는 중소기업 담보대출 재무제표 심사기준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뤘다.

진짜 차이는 비재무평가에서 벌어진다. 비재무는 숫자로 안 나오는 것들이다.

대표자 개인 신용 상태, 업력, 연체나 조회이력, 그리고 그 은행과의 거래 실적. 특히 주거래 여부가 크다. 급여 이체, 카드 매출, 예금 잔고가 그 은행에 쌓여 있으면 같은 재무제표라도 기업 신용등급에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처음 찾아간 은행은 회사 내부 흐름을 데이터로 갖고 있지 않으니, 재무제표만 보고 보수적으로 매긴다.

그래서 A은행에서 거절 당했으니 우리 회사는 안 되는구나 라는 결론은 성급하다. 정확히는 A은행 기준에서 등급이 낮게 나온 것이지, 모든 은행에서 낮은 게 아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한 번 거절당하고 대출을 포기하거나, 아무 은행이나 계속 두드리다 조회 이력만 쌓여 오히려 점수를 더 깎아 먹을 수 있다.

지점에서 되던 대출이 본사에서 막히는 이유

은행마다 등급이 다른 것만 문제가 아니다. 같은 은행 안에서도 관문이 둘로 나뉜다. 지점 심사와 본사 심사.

지점에는 전결 권한이라는 게 있다. 일정 금액 아래의 대출은 지점장 선에서 승인할 수 있다. 그래서 지점 담당자가 “이 정도면 됩니다” 라고 말하는 건, 지점 권한 안에서는 문제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출 금액이 그 선을 넘거나, 기업 신용등급이 일정 기준 아래면 서류가 본사 여신심사부로 올라간다. 여기서부터는 담당자가 아니라 심사역이 본다. 지점은 ‘이 고객을 잡고 싶다’는 입장이지만, 본사는 ‘이 여신에 문제가 없나’ 만 본다. 보는 눈 자체가 다르다.

본사 심사에서 자주 뒤집히는 경우는 지점은 담보 가치나 관계를 보고 긍정적으로 올렸는데, 본사는 상환 능력, 즉 회사가 벌어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본다.

매출은 나오는데 영업이익이 얇거나, 최근 실적이 꺾이는 추세면 본사에서 제동을 건다. 지점 담당자가 확신에 차서 말해도 최종 승인이 아닐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조업 대표가 두 은행에서 겪은 일

지방에 한 제조업체였다. 연매출 10억원 대에 업력이 20년 가까이 된 건실한 기업이었다. 재무제표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A은행에서는 접수 단계에서 막혔다. 은행 내부등급이 이 은행 기준 하한선 아래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아예 진행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은행 내부에서 이 기업을 나쁘게 보고 있었다.

B은행은 달랐다. 지점 담당자는 가능하다고 봤다. 같은 재무제표인데 이 은행 내부등급에서는 A은행 보다는 좋게 나왔다. 그런데 기업등급이 지점 전결로 처리하기에는 낮았다. 서류가 본사로 올라갔고, 본사 심사에서 부결됐다.

같은 회사가 한 은행에서는 등급 미달로 접수불가, 다른 은행에서는 지점 통과 후 본사 탈락.

이게 기업 신용등급이 은행마다 다르고, 은행 안에서도 나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회사가 처음부터 자기 등급이 어느 은행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알고 움직였다면, A은행에 시간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담보가 있는데도 부결되는 경우가 왜 생기는지는 공장담보대출 부결된 이유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출 신청 전에 기업 신용등급을 손보는 방법

기업 신용등급은 고정된 숫자가 아니다. 대출을 신청하기 전에 준비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등급 자체를 하루 아침에 올릴 수는 없지만, 불필요하게 깎이는 걸 막고 나에게 유리한 은행을 고르는 건 가능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결산 전에 재무제표를 점검하는 것이다. 은행은 확정된 재무제표로 등급을 매긴다. 이미 확정된 숫자는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결산이 끝나기 전에 부채비율이나 이익 구조에서 등급을 깎을 만한 부분이 없는지 미리 보는 게 좋다.

결산이 끝난 뒤에 이 숫자 때문에 등급이 낮게 나왔다는 걸 알게 되면 이미 늦었다.

다음은 비재무 요소 관리이다. 대표자 개인 신용이 회사 등급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 대표자 카드 연체나 잦은 대출 조회는 회사 등급까지 끌어내린다.

대출을 앞두고 여기저기 상담받으며 조회를 남발하면, 그 자체로 점수가 깎인다. 신용점수가 낮을 때 어떤 순서로 접근해야 되는지는  신용점수 낮은 소상공인이 확인해야 할 것 글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은행선택이다.

앞서 봤듯 같은 회사라도 은행마다 기업 신용등급이 다르다. 그러니 아무 은행이나 두드릴 게 아니라, 내 회사 구조에 우호적인 은행부터 가는 게 맞다. 주거래 실적이 쌓인 은행, 우리 업종을 무겁게 깎지 않는 은행, 요청 금액이 지점 전결 안에서 처리될 수 있는 은행

이 판단이 서면 헛걸음과 불필요한 조회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사 심사까지 내다보는 것이다. 지점 담당자의 “될 것 같다”는 말만 믿고 다른 준비를 멈추면 안된다. 금액이 크면 본사로 올라간다는 걸 전제하고, 상환 능력을 설명할 자료를 미리 갖춰두는 게 안전하다.

기업 신용등급은 하나로 정해진 숫자가 아니다. 은행마다 다르게 나오고, 같은 은행 안에서도 지점과 본사가 다르게 본다. 한 곳에서 거절 당했다고 우리 회사가 안 되는 게 아니라, 그 은행 기준에서 등급이 낮았을 뿐이다.

중요한 건 무작정 두드리기 전에 내 등급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를 먼저 아는 것이다.

내 회사가 지금 어느 은행에서 몇 등급으로 평가되는지, 왜 그 등급이 나왔는지, 결산 전에 무엇을 손봐야 조건이 좋아지는지는 재무 상태와 거래 내역을 직접 봐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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